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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시]윤동주, 자화상

朴昌鎬 2010. 8. 2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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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自畵像)


                                                윤 동주(1917~1945)

 

 


산모통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 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

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P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