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한국의 시]오세영, 겨울 들녘에 서서

朴昌鎬 2010. 12. 10. 13:38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겨울 들녘에 서서
                                                             오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 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 <잠들지 못하는 건 사랑이다>(2002) -




P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