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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이시영, 고개

朴昌鎬 2011. 1. 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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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개
                                                                             

                                                  이시영 
                                                       

 

 

 

앞산길 첩첩 뒷산길 첩첩

돌아보면 정든 봉 첩첩

아재야 아재야 정갭이 아재야

지게목 떨어진다 한 가락 뽑아라

네 소리 아니고는 못 넘어가겠다

기러기떼 돌아 넘는 천황재 아홉 굽이

내 오늘 너를 묶어 이 고개 넘는다만

언제나 벗어나리,

가도 가도 서러운 머슴살이 우리 신세

청포꽃 되어 너는 언덕 아래 살짝 필래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훨훨 날래

한 주인을 벗어나면 또 다른 주인

한 세월 섬기고 나면 더 검은 세월

못 살아가겠다고 못 참겠다고 너도 울고 낫도 울고 쩌렁쩌렁 울었지만

오늘은 찬 바람에 봉두난발(蓬頭亂髮) 날리며

말없이 너도 넘고 나도 넘는다.

뭇새들 저러이 울어 예

 

 

 

차마 발 떨어지지 않는 느티목 고개,

묶인 너 부여안고 한 번 넘으면 그만인 아, 죽살잇고개를.



P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