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지혜

[삶의 지혜]나무 100그루 심는 법

朴昌鎬 2011. 4. 9. 13:18
유금옥·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나는 대관령 기슭 아주 작은 초등학교 도서관에 근무하는 시인입니다. 월급은 84만원입니다. 한 달치 식량으로 쌀 10㎏과 자반고등어, 마른 멸치 같은 소박한 부식 몇 가지를 사고 나머지 돈은 몽땅 털어 살구나무·복숭아나무·호두나무 묘목 100그루를 샀습니다. 신문지로 어린 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 정성껏 쌌습니다. 그리고 인근마을 학교에 나눠 주었습니다.

대관령 초입에 있는 성산 초등학교 전교생 98명 중 제 손으로 나무를 심을 수 있는 4~6학년 51명에게 51그루, 더 깊은 산 속에 있는 왕산초등학교 전교생 19명에게 19그루, 고단분교 전교생 5명에게 5그루, 그리고 왕산중학교 전교생 12명에게는 24그루를 나눠 주었습니다. 이 묘목을 어린이들이 각자 집으로 가져가 정성껏 심고 키울 수 있도록 숙제를 줬죠.

그리고 빌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심은 나무가 함께 자라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보게 하여 주십시오.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새를 깃들게 하고, 달콤한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흙에 묻는 일을 하는, 나무를 보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 어린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그중에 누군가는 나처럼 월급을 털어 꽃나무 묘목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식목일이 벌써 3년이나 지났습니다. 10년, 20년, 30년이 지난 뒤, 나는 이 세상에서 먼지처럼 사라지고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린 나무들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서, 그 나무를 심은 어린이들도 함께 장성해서, 굵고 튼튼한 어른이 되어 사방으로 가지를 뻗고 햇볕을 듬뿍 받으며 활짝 꽃을 피우고 있을 것입니다.



P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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