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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정한모, 가을에

朴昌鎬 2010. 12. 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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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낸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 같은 그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 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한 추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 <여백을 위한 서정>(1959) -



P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