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금옥·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대관령 초입에 있는 성산 초등학교 전교생 98명 중 제 손으로 나무를 심을 수 있는 4~6학년 51명에게 51그루, 더 깊은 산 속에 있는 왕산초등학교 전교생 19명에게 19그루, 고단분교 전교생 5명에게 5그루, 그리고 왕산중학교 전교생 12명에게는 24그루를 나눠 주었습니다. 이 묘목을 어린이들이 각자 집으로 가져가 정성껏 심고 키울 수 있도록 숙제를 줬죠.
그리고 빌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심은 나무가 함께 자라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보게 하여 주십시오.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새를 깃들게 하고, 달콤한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흙에 묻는 일을 하는, 나무를 보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 어린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그중에 누군가는 나처럼 월급을 털어 꽃나무 묘목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식목일이 벌써 3년이나 지났습니다. 10년, 20년, 30년이 지난 뒤, 나는 이 세상에서 먼지처럼 사라지고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린 나무들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서, 그 나무를 심은 어린이들도 함께 장성해서, 굵고 튼튼한 어른이 되어 사방으로 가지를 뻗고 햇볕을 듬뿍 받으며 활짝 꽃을 피우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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