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 끌고
정 훈(1911~ )
날랑 앞에서 끌께
엄닐랑 뒤에서 미셔요.
한밭 사십 리 길
쉬엄쉬엄 가셔요.
밀다가 지치시면
손만 얹고 오셔요.
걱정 말고 오셔요.
발소리만 내셔요.
엄니만 따라오면
힘이 절로 난대요.
마늘 팔고 갈 제면
콧노래도 부를께요.
형은 총을 들고
저는 손수레의 채를 잡고
형이 올 때까지
구김없이 살아요.
엄닐랑 뒤에서 걸어만 오셔요.
절랑 앞에서 끌께요.
우리의 거센 길을
밀고 끌고 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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