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지훈(1920~1068)
벌레 먹은 두리 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던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登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九天)에 호곡(呼哭)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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