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새소식/LED NEWS

도심 한복판에서 농사… LED'식물공장'

朴昌鎬 2012. 4. 20. 08:47

 

식물공장 국내 첫 상용화… 인성테크 김인수 대표
LED 조명으로 재배 - 기상변화·병충해 영향없어… 농약·화학비료 쓰지 않아, 일반 채소보다 비싸게 판매
농업에 공학 접목 - 비닐하우스보다 에너지 절약… 칠레·오만·美·日 등에 소규모 식물공장 수출도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 죽전의 7층짜리 상가건물. 1층엔 피자 가게와 국밥집, 꼭대기 층엔 음악학원이 있는 아파트단지 내 전형적인 상가의 모습이다. 하지만 건물 2층으로 올라가 '배양실'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는 문을 밀고 들어가자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165㎡(50평)의 공간에 상추, 케일 등 10여종의 푸른 채소 1만여포기가 7단으로 심겨 자라고 있었다. 상추가 뿌리를 내린 원통형 큐브를 비롯한 채소들이 계란판처럼 배치되어 있고 그 위로 천장에서 LED 조명이 내리쬈다. 햇볕을 대신해 자외선을 차단하면서 날씨와 관계없이 1년 내내 채소를 키우는 것이다. 순간 '윙'소리와 함께 물레방아처럼 맨 위에 놓여 있던 판이 내려가고 다음 판이 위로 올라왔다. 아래쪽 채소가 조명을 받을 차례다. '식물공장'의 모습이다.

"신기하시죠? 몇년만 지나면 주변에서 이런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을 겁니다."

국내 최초로 식물공장을 상용화한 인성테크 김인수(52) 대표다. 2004년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2009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의 식물공장은 현재 롯데마트 서울역점, 씨푸드 뷔페 체인인 '보노보노' 서초점, 전남 목포의 우미건설 아파트단지, GS홈쇼핑 본사, 청심국제병원 등에 설치돼 있다. 여기서 재배되는 채소는 현장에서 바로 판매되거나 입주민들에게 공급된다. 김 대표는 죽전 본사에 설치한 식물공장에서 기른 채소를 팔아 연간 1억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 그러나 회사의 주매출은 식물공장 시스템 판매다. 대형 유통점이나 아파트단지 내에 식물공장을 제공해 연간 2억~3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올리고 있다. 칠레와 오만, 일본, 호주, 미국에도 소규모 식물공장을 수출했다. 오는 9월엔 두바이에 식물공장을 설치, 낙타 먹이를 재배할 예정이다.

특허를 9개 보유한 김 대표는 "식물공장은 무엇보다 병충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데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일반 채소에 비해 높은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도심 한복판 빌딩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 기업인 인성테크의 김인수 대표(사진 왼쪽)와 직원들이 용인시 죽전동에 있는 공장 안에서 재배 중인 상추 등 농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농업에 공학을 접목한 식물공장은 김 대표의 독특한 이력에서 나왔다. 대학에서 금속학을 전공한 그는 1991년 기계 개발업체를 세웠다. 그는 요즘 주유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자동세차기와 동전을 넣고 자동차를 청소하는 기계를 개발했다. 개발품들이 연속 히트를 치면서 그의 회사는 한 해 매출이 30억~40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2002년 건강이 갑자기 나빠져 사업을 정리하고 뉴질랜드행 비행기를 탔다. "소일거리 삼아 현지 농장에 나갔는데 씨앗이 열매가 되기까지 기르다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농업에 흠뻑 빠져들었죠."

그는 기상 변화에 따라 풍·흉작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값이 요동치는 농업 생산을 바꿔보고 싶었다. 그는 기상 영향 없이 건물 내에서 재배할 수 있다는 식물공장의 얘기를 듣고 무릎을 쳤다. 마침 뉴질랜드에 이민가 있던 카이스트 연구원 출신의 선배가 만든 식물공장을 보면서 기본 시스템을 익힌 뒤 지난 2004년 귀국해 인성테크를 설립했다.

식물공장은 에너지 절약형이라는 이점도 있다. 일반 비닐하우스는 겨울철 많은 난방비가 드는데, 식물공장은 작물이 자라는 모듈을 겹겹이 쌓아올리는 구조라 좁게 지어도 돼 난방비가 적게 들고, 벽체를 단열재로 지어 열효율이 무척 높다. 또 모든 조건을 균일하게 통제하다 보니 상추의 경우 파종부터 출하까지 두 달 걸리던 게 한 달이면 가능하다.

인성테크 자체 추산에 따르면 0.1ha 규모로 상추 자동 생산 설비를 갖추는 데 비닐하우스는 2억7000만원, 식물공장은 4억5000만원이 든다. 하지만 냉난방비 절감 효과와 매출 증대 효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식물공장

건물 내에서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일정한 시설에서 빛, 온·습도, 수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인공 제어해 계절과 장소에 관계없이 각종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방식은 크게 버티컬(vertical)형과 복합형으로 나뉜다. 버티컬형은 모종을 심은 모듈을 빼곡하게 쌓아 LED 램프로만 빛을 쪼이는 방식이고, 복합형은 대형 유리온실과 건물이 붙어 있는 형태로 햇빛이 있는 낮에는 유리온실에서 작물을 키우다가 난방이 필요한 밤이 되면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건물 내로 옮기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