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한국의 시]이용악,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朴昌鎬 2011. 1. 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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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이용악

                                                       

 

 

 

삽살개 짖는 소리

눈보라에 얼어붙은 섣달 그믐

밤이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나의 아롱범은

자옥 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철없는 누이 고수머릴랑 어루만지며

우라지오의 이야길 캐고 싶던 밤이면

울 어머닌

 

서투른 마우재 말도 들려 주셨지.

졸음졸음 귀 밝히는 누이 잠들 때꺼정

등불이 깜빡 저절로 눈감을 때꺼정

 

다시 내게로 헤여드는

어머니의 입김이 무지개처럼 어질다.

 

나는 그 모두를 살뜰히 담았으니

어린 기억의 새야 귀성스럽다.

기다리지 말고 마음의 은줄에 작은 날개를 털라.

 

드나드는 배 하나 없는 지금

부두에 호젓 선 나는 멧비둘기 아니건만

날고 싶어 날고 싶어.

머리에 어슴푸레 그리어진 그 곳

우라지오의 바다는 얼음이 두껍다.

 

 

 

 

등대와 나와

서로 속삭일 수 없는 생각에 잠기고

밤은 얄팍한 꿈을 끝없이 꾀인다.

가도오도 못할 우라지오.

 

         - <분수령>(1937) -



P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