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한국의 시]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朴昌鎬 2011. 1. 2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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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이 시대의 아벨>(1983) -



P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