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한국의 시]김남조, 정념의 기(旗)

朴昌鎬 2011. 1. 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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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의 기(旗)
                                              김남조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드린다.

 

           - <정념의 기>(1960) -



P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