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한국의 시]정희성, 길

朴昌鎬 2011. 1. 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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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성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 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 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84) -

 



P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