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서 기공식, 소재~완제품 모두 생산 가능… 28조 시장 글로벌 경쟁 가열
삼성이 차세대 조명으로 꼽히는 LED(발광다이오드)시장 선점을 위해 일본 기업과 합작으로 소재(素材) 공장을 건설한다. 이번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은 독일 오스람·미국 GE처럼 LED를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생산할 수 있다. 2015년 28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세계 LED시장을 놓고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 GE·오스람 못지않은 '수직 계열화' 완성
삼성LED와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합작으로 설립한 LED 소재(사파이어 웨이퍼) 생산법인 SSLM은 19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기공식에는 김재권 삼성LED 사장, 강영철 SSLM 사장,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사장,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한나라당 국회의원, 김범일 대구시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LED의 주요 소재는 사파이어다. 고순도 알루미늄에 섭씨 2000도 이상 열을 가하면 사파이어 덩어리가 된다. 이 덩어리를 얇게 잘라 판(웨이퍼)으로 만들고 판 위에 적합한 화합물을 입히면 발광 성질이 있는 LED가 된다.
세계 LED업계는 최근 2~3년간 사파이어 소재 가격이 급격히 올라 어려움을 겪어왔다. 2008년 10달러(2인치 웨이퍼 기준)이던 소재 가격이 최근에는 약 30달러에 이른다. LED시장이 조명·TV 부품용으로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스람·GE 등 글로벌 LED 기업들은 잇달아 소재·부품 공급처를 내부 계열사로 확보하는 '수직 계열화' 경쟁에 돌입해 있다.
삼성LED는 그동안 미국·일본에서 LED 소재를 수입해 왔으나 SSLM에 2015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수입 대체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첫 소재 양산은 2012년 시작될 예정이다. 김재권 삼성LED 사장은 "SSLM의 설립을 통해 삼성LED를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더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소재 분야 일본과 합작 잇달아
삼성은 최근 차세대 소재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본과 잇달아 손을 잡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휘는 디스플레이 소재(폴리이미드) 개발을 위해 일본 화학기업 우베코산과 합작법인을 세웠다. 폴리이미드는 고온과 저온을 모두 견디고 휘는 성질이 뛰어난 소재. SMD와 우베코산은 두 회사의 기술적 장점을 합해 폴리이미드를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삼성이 일본 기업과 잇달아 손잡는 이유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무엇보다 상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스미토모화학만 해도 수십년 넘게 삼성에 소재를 공급해왔다"며 "사실 일본에는 경쟁 기업도 있지만 신뢰관계에 있는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흔히 경쟁업체로 꼽는 소니만 해도 삼성전자와 20년 넘게 반도체를 거래해 왔다는 것.
실제로 삼성전자와 소니가 2004년 LCD 합작법인(S-LCD)을 설립할 때도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구타라기 겐 전 소니 게임사업부문 회장 등 양측 경영진의 신뢰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이재용 사장도 거래 관계에 있는 일본의 부품·소재기업 경영진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화학·소재 분야 원천기술은 아직 국내가 부족한 점이 많다"며 "소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일본 기업과 협력이 점차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출 처> 조선일보,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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