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한국의 시]강은교, 여름날 오후

朴昌鎬 2010. 3. 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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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오후

                                                강 은 교

 

어느 여름날 오후, 젖어 있으며 울퉁불퉁한 땅, 빵 한 개가 비에 젖고 있다.

허리가 잘록한 개미 한 마리 빵을 살며시 쓰다듬어보더니 어디로인가 급히 간다.

울타리 하나가 고개를 수그리고 빵을 들여다본다

 

비에 빵의 살이 풀어진다. 팥고물이 피처럼 흐리기 시작한다. 안개 뒤에서

태양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허리가 잘록한 개미 몇 마리 빵을 자르기 시작한다.

 

어디서 들려오는 너의 소리......

 

울타리가 빵 위에 엎드린다. 젖어 있으며 울퉁불퉁한 땅, 질척이는 고름 사이로,

들여다보는 돌 하나.

 

네가 빵 위에 넘어진다. 우리 모두 빵 위에 넘어진다. 멀리서 태양의 비명

소리. 기적이 들려온다. 여름날 오후



P 착한선비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