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한국의 시]한용운, 오세요

朴昌鎬 2010. 3. 1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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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 요

                                            한 용 운

 

오세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어요, 어서 오세요

당신은 당신의 오실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당신의 오실 때는 나의 기다리는 때입니다.

당신은 나의 꽃밭으로 오세요, 나의 꽃밭에는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꽃 속으로 들어가서 숨으십시오.

나는 나비가 되어서 당신의 숨은 꽃 위에

가서 앉겠습니다.

그러면 쫓아오는 사람이 당신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오세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당신은 나의 품으로 오세요.

나의 품에는 부드러운 가슴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머리를 숙여서 나의 가슴에 대십시오.

나의 가슴은 당신이 만질 때에는 물같이 부드럽지

마는 당신의 위험을 위해서는 황금의 칼도 되고

강철의 방패도 됩니다.

나의 가슴은 말굽에 밟힌 낙화가 될지언정 당신의

머리가 나의 가슴에서 떨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쫓아오는 사람이

당신에게 손을 델 수는 없습니다.

오세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당신은 나의 죽음 속으로 오세요.

죽음은 당신을 위하여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나의 죽음 뒤에 서십시오.

죽음은 허무와 만능의 하나입니다.

죽음의 사랑은 무한인 동시에 무궁입니다.

죽음의 앞에는 군함과 포대가 티끌이 됩니다.

죽음의 앞에는 강자와 약자가 벗이 됩니다.

그러면 쫓아오는 사람이 당신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오세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P 착한선비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