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한국의 시]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序詩)

朴昌鎬 2010. 7. 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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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위한 서시(序詩)

                                                   김 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明)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P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