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틀린 고풍의 툇마루에
김 영 랑
사개틀린 고푸의 툇마루에 없는 듯이 앉아
아직 떠오를 기척도 없는 달을 기둘린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무런 뜻도 없이
이제 저 감나무 그림자가
사뿐 한치씩 옮아오고
이 마루 위에 빛깔의 방석이
보시시 깔리우면
나는 내 하나인 외론 벗
가녈픈 내 그림자와
말없이 몸짓 없이 서로 맞대고 있으려니
이 밤 옮기는 발짓이나 들려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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