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한국의 시]고형렬,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朴昌鎬 2011. 11. 25. 18:43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고형렬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이 문장은 성립하지 않고 시상이 전개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에르덴 조 사원에 없다는 말은

  상상할 수  없는 걸 상상하므로 항상 제기되는 문제다

  그러나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증명할 길이 없지만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있다 

  에르덴 조 사원에서 에르덴조 사원을 생각하거나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생각하려다가 생각을 못하고 놓친다

  그들은 먼 나의 생각 사이를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문장 성립은 둘째 치고 나는 늘 이렇다

  나는 이 사유 자체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는 말이 꼭 성립돼야 하는가

  길을 가면서, 나는 혼자, 그 생각에 골몰한다

  분명하게 말해서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있는 것처럼 에르덴 조 사원에 있다 

  그래 에르덴조 사원에 내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 에르덴 조 사원이 있다는 것은 에르덴 조 사원이

  없다는 것과 동급의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문제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문제가 발생한다

  허나 에르덴조 사원에 없는 내가 너무나 고독하다

  음률을 맞추며 고통스러워하는 자의 행보

  왜 나는  왜  에르덴조 사원에 없는 나를 생각하고 있는가

  나는 이 문장을 떠올리면 슬퍼진다

  에르덴조 사원에 없는 나는 어디를 헤매고 있는지

  그런데 그대여 왜 그대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는 건가

  나는 지금, 그때, 에르덴조 사원에 머물고 있어라

  나는 정처가 없어서  나무처럼 외로워 보인다

  나 없는 사막 입구의 산처럼 나는 하늘을 쳐다본다

  에르덴조 사원의 하늘에 나타난 눈부신 구름처럼

  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