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days in a week
황 명 걸
중학 영어 교재의 어느 한 귀절이 아니올씨다.
요일 따라 하나씩 색색으로 갈아입게 된
딜럭스 숙녀용 1주일분 팬티의 상품명이올씨다.
나의 아내가 애독하는 생리위생독본이올씨다.
줄줄 대하가 흐르는 여자가.
아래를 몹시 소중히 여기면서 마구 굴리는 그 여자가
유일무이한 도서목록으로 잡은 처세독본이올씨다.
(저녁 외출이 잦은 그녀는
성당의 앙젤스가 은은히 들려오면,
뒷물을 하고
로코코풍 디자인의 곽에서 색팬티를 하나 꺼냅니다.
토실한 아래의 유연한 선이 그대로 살아난 팬티.
그 한 옆 위쪽에는 <순결>이라는 꽃이 수놓여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돌아올 때는 꽃잎은 다 시들어져 있고,
다시 뒷물을 해야 합니다.)
<Seven days in a week>
딜럭스 숙녀용 1주일분 팬티의 상품명이 아니올씨다.
나의 여자가 애독하는 생리위생독본만이 아니올씨다.
그 여자가 교제하는 모든 휼륭한 인사들의 처세독본이올씨다.
매일이 다르고, 매시가 다르며,
갑에게 다르고, 을에게 다르며,
그때 그때 희비애락을 적절히 연기하게 하는
아주 편리하고 완벽한 연기지침서올씨다.
(요즘 시정에서는 이 책이 장기 베스트 셀러로,
사람마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도 남들에게 뒤질세라, 사서 읽어는 보았습니다만,
너무 어려워 그만 책장을 덮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한번은 꼭 통독해야 한다기에
의무감 같은 것으로 다시 책장을 들척거리기는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어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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