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에 누워
헤르만 헤세
이 모든 것은, 꽃의 마술,
빛나는 여름 들판의 솜털 같은 색채들,
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 꿀벌의 노래,
이 모든 것은, 신이
탄식하며 꾸는 꿈일까?
구원을 향한 깨닫지 못한 힘의 아우성일까?
아름답고 굳건히 푸름 속에 누워 있는.
저 먼 산등성이,
그것도 다만 경련일 뿐일까?
들끓는 자연의 거친 팽창일 뿐일가?
단지 비탄일까, 고통일까? 의미 없이 더듬는,
쉬지도, 축복을 누리지도 못하는 움직임일까?
아아 안된다! 나를 떠나다오. 너 불손한 꿈이여,
세상의 고통을 꿈꾸는 자여!
야광 속에 춤추는 모기의 춤이,
한 마리 새의 울음소리가,
내 이마를 어루만져 식히는 한줄기 바람이
너를 대적하리라.
나를 떠나다오, 너 오랜 인간적인 고통이여!
모든 것이 괴로움이고,
모든 것이 고뇌이고 그림자일지라도.
그래도 이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시간만은 안 된다.
빨간 클로버의 향기,
내 영혼의 저 깊고 감미로운 평온만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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