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한국의 시]이선영, 목련꽃 지는 까닭

朴昌鎬 2011. 11. 3. 18:14

 

 

 

 

         목련꽃 지는 까닭

                                                                                          이선영

 

 

   목련은 꽃샘바람 견뎌가며 저 뿌리 끝에서부터 아름다운 노래를 피워올렸다

 

  꽃봉오리가 한껏 벌어지던 어느날 그 아래를 지나던 인간의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한떨기 노래를 피우는 악기였을 때 목련은 자신에게 두 다리가 없음을 불행해하지

않았었다

 

  느닷없는 사랑은 기어이 그녀의 몸에서 흡반 같은 두 다리를 돋아나게 했고

 

  인간의 남자를 닮은 두 다리는 목련에게 큰 기쁨이었다

 

  그러나 걸을 때마다 애써 감춰야 하는 고통은 왜인가

 

  두 다리를 얻는 대신 목련은 그의 노래를 잃었다

 

  두 다리만 덩그마니 매달린 벙어리 목련은 더 이상 목련이 아니었다

 

  그 손에 꽃잎이 낱낱이 찢겨나가는, 사랑

 

  세상 모든 암꽃들이 그들의 수꽃과 함께 잠든 새벽

 

  자신의 사랑을 찌르지 못한

 

  목련은 거추장스러운 두 다리를 벗어던지고

 

  수만 개의 공기방울이 되어 대기중으로 흩어져갔다

 

  꽃샘바람 채 가시기도 전인 4월의 하룻밤 새 자고 일어나 거리에 나서보니

 

  목련꽃잎이 세상을 온통 무너뜨렸다

 

  커다랗고 흰 눈물방울들이 공중에서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