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이해인, 기차를 타요 기차를 타요 이 해 인 우리 함께 기차를 타요. 도시락 대신 사랑 하나 싸들고 나란히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서 길어지는 또 하나의 기차가 되어 먼 길을 가요 착한선비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03.09
[한국의 명시]박재화, 그때 이후 그때 이후 박 재 화 그때 이후 나는 잘 잊는 버릇이 생겼어요 안경을 잊거나 넥타이를 잊고 온밤을 쏟아넣은 옆서의 수신처를 잊는가 하면 市界 밖의 내 어설픈 집, 주소를 잊고 폭설에도 아주 잠들지 않는 완행버스 정류장 작은 불빛을 삼킨 바람의 꼬리도 잊고 온통 잊어 버려요 누가 내게 던진 모멸..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03.07
[한국의 명시]한용운, 후회 후 회 한 용 운 당신이 계실 때에 알뜰한 사랑을 못하였습니다. 사랑보다 믿음이 많고 즐거움보다 조심이 더하였습니다. 게다가 나의 성격이 냉담하고 더구나 가난에 쫓겨서 병들어 누운 당신에게 도리어 소홀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가신 뒤에 떠난 근심보다 뉘우치는 눈물이 많습니다. 착한선..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03.07
[한국의 시]강은교, 여름날 오후 여름날 오후 강 은 교 어느 여름날 오후, 젖어 있으며 울퉁불퉁한 땅, 빵 한 개가 비에 젖고 있다. 허리가 잘록한 개미 한 마리 빵을 살며시 쓰다듬어보더니 어디로인가 급히 간다. 울타리 하나가 고개를 수그리고 빵을 들여다본다 비에 빵의 살이 풀어진다. 팥고물이 피처럼 흐리기 시작한다. 안개 뒤..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03.06
[한국의 시]한용운, 알 수 없어요 알 수 없어요 한 용 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02.21
[한국의 시]이청화, 황혼 黃 昏 이 청 화 산도화 붉은 꽃잎 물 위에 지고 새들은 저문 처마 끝에 우네. 해도 구름도 다 가버린 언덕 빈 지게의 노인은 서산을 보네. 아- 지금은 가까이 밤이 왔느니 하늘의 한 개 별을 우러러 설 때인가. 저만큼 가는 이의 뒷 모습 보며 보며 천지간이 홀로 듣는 마지막 노래. 착한선비님의 파란블..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02.12
[한국의 시]박찬중, 한강을 지나며 한강을 지나며 박 찬 중 바람 센 겨울 한강교를 지나다 보면 얼어붙은 강물 위로 흩날리는 살아 있음의 눈물겨운 펄럭임을 본다. 완강한 겨울의 한복판 더는 가릴 것도, 피할 길 없는 몸뚱아리만의 삶처럼 온몸으로 맞서 치루는 살아감의 눈물겨운 정직함을 본다. 올올이 시름 같은 갈기리 한 같은 겨..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02.11
[한국의 시]박영웅, 그렇지요 그 렇 지 요 박 영 웅 버려야 할 것 아직도 남아 있다면 모두다 버려야지요 사랑이거나 추억이거나 혹은 돈이거나 명예거나 버릴 것은 모두 버려야지요 미련은 상처를 낳고 망설임은 후회를 낳고 욕심은 죄를 낳고 죄는 운명을 만드는 것이지요 아득한 날 되돌아 보면 후회할지라도 오늘 버릴 것은 오..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02.10
[한국의 시] 박찬중, 설날 아침-어머니19 설날 아침-어머니19 박 찬 중 당신께서 드시는 祭酒인지 어쩐지도 모른 채 올리는 이 한자의 술은 어머니, 분명 불효의 잔입니다. 이렇게 밖에는 더운 진지 해드리지 못하는 이 불구의 아침, 엎드려 절 올리오니 어린날의 새배로 기쁘소서. 귀밑머리 하얗도록 흘린 눈물은 아직도 식을 줄 모른채, 아득..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02.08
[한국의 시]황명걸,Seven days in a week Seven days in a week 황 명 걸 중학 영어 교재의 어느 한 귀절이 아니올씨다. 요일 따라 하나씩 색색으로 갈아입게 된 딜럭스 숙녀용 1주일분 팬티의 상품명이올씨다. 나의 아내가 애독하는 생리위생독본이올씨다. 줄줄 대하가 흐르는 여자가. 아래를 몹시 소중히 여기면서 마구 굴리는 그 여자가 유일무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