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권덕하, 정육 정육 권덕하 오늘은 소 잡는 날 현수막 붉은 너털웃음에 파묻히는 깜깜한 속살 달빛 좋은 데로 두 근만 주시오 에이 여보, 달빛 치고 좋지 않은 데가 어디 있수 초승달 오금 저리며 제 몸에서 기름덩이와 뼈 찬찬히 바라라내는 밤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11.14
[한국의 시]권덕하, 시 詩 권덕하 휘파람 불듯 비눗방울 날리듯 입에서 새끼들 풀어 놓는 물고기 있다 찰나에 어미 입으로 숨어드는 목숨들 있다 물풀로 금줄 치고 부화 기다리다 주리고 주려서 뼈가 되고 살이 붙는 말 머금어 기를 수 있는 것이 자식들만 아니구나 곡절에 피어나 가슴을 치는 노랫말도 ..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11.14
[한국의 시]이선영, 목련꽃 지는 까닭 목련꽃 지는 까닭 이선영 목련은 꽃샘바람 견뎌가며 저 뿌리 끝에서부터 아름다운 노래를 피워올렸다 꽃봉오리가 한껏 벌어지던 어느날 그 아래를 지나던 인간의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한떨기 노래를 피우는 악기였을 때 목련은 자신에게 두 다리가 없음을 불행해하지 않았었..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11.03
[한국의 시]강은교-사랑법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전의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10.23
[한국인의 애송시]헤르만 헤세, 잔디에 누워 잔디에 누워 헤르만 헤세 이 모든 것은, 꽃의 마술, 빛나는 여름 들판의 솜털 같은 색채들, 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 꿀벌의 노래, 이 모든 것은, 신이 탄식하며 꾸는 꿈일까? 구원을 향한 깨닫지 못한 힘의 아우성일까? 아름답고 굳건히 푸름 속에 누워 있는. 저 먼 산등성이, 그것도 다만 경련일 뿐일까? ..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10.04
[한국의 시]공광규, 엉엉 울며 동네 한 바퀴 엉엉 울며 동네 한 바퀴 공광규 지난 겨울 폭설에 잎이 하얗게 질려 말라죽은 시골집 뒤꼍 대밭이 버려진 독거노인 머리 같이 서럽다 저렇게 꼿꼿한 것을 부드러운 것이 이기는구나 평생 아는 것이 뱀 구멍과 마누라 거시기 구멍뿐이었다는 뱀통 메고 장화 신고 산기슭 떠돌다 벼락 맞아 죽은 잡목이 ..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9.10
[도서]박근혜 울지마세요 울지마세요 박근혜 대한민국 네티즌의 '근혜사랑' 이야기 박근혜를 사랑하는 전국의 많은 네티즌들이 글로 이 책을 만들었다. 각종 인터넷 미디어와 홈페이지 등에서 가려 뽑은 박근혜에 관한 재미있고, 가슴 찡하고 맛깔스러운 희망 이야기들을 묶었다. 이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9.04
[한국의 시]이경임, 무엇인가가 무엇인가가 이경임 언제부터인가 한밤중에 잠이 깨는 습관이 생겼다 그때마다 가려움증 환자처럼 잠의 언저리를 긁으며 밀려오는 환각 진흙이 연꽃을 꾸역꾸역 밀어 올리듯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환각 무엇인가가 나의 머리통에 빨대를 꽂고 나의 뇌수를 들이키고 있는 것만 같은 환각 나의 혼과 꿈..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8.13
[한국의 시]정끝별, 염천 염천 정끝별 올 여름 능소화 그 집 담벼락에 뜨겁게 너울지더니 올 여름 능소화 비었다 그 집 담벼락에 휘 휘 넘쳐 잘도 늘어지더니 올 여름 능소화 꽃 피지 않았다 그 집 담벼락에 따라 갈래 따라 갈래 달려나가더니 올 여름 능소화 노래할 수 없는 노래 멈췄다 그 집 담벼락에 첨밀밀첨밀밀 머물다 그..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8.04
[한국의 시]이윤학, 내가 당신 곁을 떠도는 영혼이었듯이 내가 당신 곁을 떠도는 영혼이었듯이 이윤학 서로의 머리에 삶은 계란을 깨먹던 시절 우리 곁에서 탱자 꽃들이 깔깔거리며 피어났고 우리도 깔깔거리며 우리의 철길을 걸었다 하늘의 거울에 담겼던 우리 거울의 하늘에 담겼던 우리 웃음이 유일한 호칭이었던 날들 우리는 거기에서 서로의 심장을 해..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