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1.25
[한국의 시]박찬중, 바람 부는 날 바람 부는 날 박 찬 중 종일을 흔들어대는 기억들만으로도 가슴에 멍이 든다 아득한 사람아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1.21
[한국의 시]이용악,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이용악 삽살개 짖는 소리 눈보라에 얼어붙은 섣달 그믐 밤이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나의 아롱범은 자옥 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철없는..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1.21
[한국의 시]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1.21
[한국의 시]곽재구, 새벽 편지 새벽 편지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1.13
[한국의 시]신석정, 임께서 부르시면 임께서 부르시면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호수(湖水)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 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1.11
[한국의 시]정지용, 고향 고 향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1.01.06
[한국의 시]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11.18
[한국의 시]박찬중, 억새꽃 억새꽃-어머니6 박찬중 산 그늘 내려앉는 앞 강물 시름시름 겨울로 가고 저 혼자 깊어가는 시린 하늘엔 끼루룩 끼루룩 겨울 철새 떼, 이 가을에도 너는 오지 못하고 차마 눈길 거두지 못하는 가을 강 언덕의 해 설핏 하얀 억새꽃. 朴昌鎬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10.30
[한국의 시]박찬중, 시장에 가면 市場에 가면 박 찬 중 다 팔아도 돈이 될 성 싶지 않은 좌판이면 어떠랴. 물기 번뜩이는 사는 일 하나만으로도 시장은 차고 넘친다. 반푼 계산 앞에 목줄을 세우다가도 돌아서면 헐렁한 살아감의 재주없음. 탓하지 않으며 사운치 않으며 밤낮을 한데 묶어 팔고 팔아도 짧은 하루여. 시장에 가면 두고온 .. 한국인이 애송하는 詩 2010.10.30